토끼해, 토끼 올가미와 담배
1972년 6월 말 광주 육군 보병학교에서 교육을 마치고 강원도 철원에 있는 부대에 배치되어 소대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7중대 3 소대장으로 보직을 맡은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40명의 부대원들의 면담이었다
그 당시의 열악한 군 복무 환경으로 인해 가장 우려되었던 것이 사고였고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부대원들을 잘 보살피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소대원들의 학력은 대부분 중졸이었으나 일부 고졸과 초등졸이 있었다
그중 초등학교만 마친 손 **일병이 소대 내 고문관으로 소문나 있었다 충북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만 마친 후, 집에서 농사를 짓다가 군대에 온, 아주, 순박하고 세상 물정도 모르고 순진해서 잘 속아 넘어가고 손해만 보는 그런 친구였다
소대 선임하사인 김중사에게 손이병을 전령으로 쓰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김중사는 손이병이 동작이 굼뜨고 느려 소대장이 고생한다고 좀 눈치 빠르고 군 경력이 짧은 애로 쓰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조금 고생하더라도 전령을 하면 소대 내에서 따돌림당하지 않고 선임들도 함부로 못하므로 손일병을 전령으로 근무하게 했다
부대에서 6킬로 정도 전방에 있는, 물론,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는 주력 방어선에 있는 탄약고에 소대의 일 개 분대가 파견 나가서 탄약을 지키고 있었다
탄약을 지키는 일이 주 업무여서 힘든 훈련도 없고 보초만 열심히 서면 할 일도 없어서 다들 가고 싶어 하는 곳이었다 먹는 것도 기존 군부대와 달리 직접 주, 부식을, 수령하여 자기들끼리 만들어 먹으므로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식사당번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맛도 기존 군대 먹거리에 비해 아주 훌륭했다.
탄약고를 지키는 분대장이 전화를 해서 휴가를 가는 병사를 대체하여 내 전령을 탄약고로 보내 달라고 한다 왜 하필이면 손일병이냐고 따져 물으니 손일병이 탄약고에 근무하고 싶다고 자꾸 이야기했다고 한다
손일병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겨울철 탄약고의 근무가 참 재미있다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한다 선임하사도 보내자고 한다
여름, 가을 이른 겨울의 고된 훈련을 나와 같이 한 전령에게 좀 쉬라고 탄약고에 올려 보냈다. 대신 내 빨래는 선임하사가 자기 집에서 해다 준단다
철원의 겨울은 참 춥기도 했지만 눈이 정말 자주 오고 많이 와서 한밤중이라도 눈이 오면 모두 일어나 전방 전투지역으로 가는 도로의 눈을 제거해서 도로를 항시 사용 가능 하도록 만들어야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손일병은 산골마을에서 나서 자란 풍부한 경험으로 눈이 덮인 산에서 혼자 토끼와 꿩을 잡는 사냥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자기 눈에 보이는 토끼는 절대 놓치는 법 없이 잡을 수 있었다 그것도 혼자서......
경험으로 토끼가 잘 나타날 지역으로 가서 토끼를 발견하면 아주 느린 걸음으로 토끼에 접근한다 토끼는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면 사람을 크게 겁내지 않는다
급하게 쫒지 않는 한, 또끼는 걷다가 멈춰서 사람을 바라보며 잡히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다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토끼에 접근하면 토끼는 절대 뛰어 달아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위험하다고 느끼면 사람보다 훨씬 빨리 도망갈 수 있다고 알기 때문이다
시야 밖으로 토끼가 도망가더라도 눈 위에 남아 있는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가장 올가미를 놓기 좋은 곳을 찾아 올가미로 들어가도록 나뭇가지로 통로를 만들어 놓은 후 다시 토끼를 쫓아가면 토끼는 1~2Km 정도 더 가다가 한 바퀴 돌아서 올가미에 걸리게 된다고 한다
토끼는 원래 자기 구역이 있고 자기가 다니는 길로만 다니며 아주 위험한 경우가 아니면 그 구역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전령이 탄약고로 올라간 후, 탄약고 근무자들은 수시로 토끼고기 불고기도 해 먹고,, 토끼 가죽으로 만든 목도리를 하고 밤 근무를 서며, 꿩고기 사브사브도 자주 해 먹었다고 한다
물론 영외거주하는 선임 하사도 내 빨래 대신 해주는 대가로 잡은 토끼를 상납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직장인 여수에서 안전환경보건 업무를 보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옆 부서에 근무하는 동료의 고등학교 2학년 딸이 폐암에 걸려 수술도 받지 못하고 죽었다
아무도 그 애가 왜 폐암에 걸렸는지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아빠가 담배를 많이 피웠고 그때는 다들 집안에서 아무 생각 없이 담배를 피웠었다
그 당시 철원에서 내 전령이 만든 토끼 올가미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아빠 토끼를 잡으러 놓은 올가미에 새끼 토끼가 걸려 죽은 것 아닌가 하고..........
꼭 담배만이 올가미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 올가미가 놓이지 않도록 항시 살피고 담배의 올가미는 내 전령이 놓은 토끼 올가미 마냥 언젠가는 꼭 결려 드니 아직도 가까이하고 있으면 지금 당장 끊도록 하자
22년 건강검진, 둘째 딸 찬스를 이용해서 유전자 검사를 했다
유전자 위험도 검사 결과 폐암과 연관된 유전자 확인 결과 발병 위험도가 1.23으로 평균 위험도 1.19에 비해 높은 편으로 나왔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항목이다
아마 다른 암과 연관된 유전자 확인 결과가 좋은 편인데 폐암 항목이 높아진 원인이 젊었을 때의 과다한 흡연으로 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도 20년 전에 담배를 끊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되고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내 폐를 잘 관리해야겠다
내 평생 중 가장 잘한 일중 첫째는 금연에 성공한 일이다. 이젠 좀 품격 있게 살자.
담배가 내 목숨을 위협하지 않게 하자
솔직히 요즘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 좁은 흡연장에 쪼그리고 앉아서 인상 쓰며 피우는 것을 보면 좀 천박하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 눈이 내리는 분당 탄천에서 탱고 음악을 들으며 산책과 4킬로 달리기를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500원짜리 비비빅 얼음과자를 달리기 선물로 먹었다.
달리기는 처음 100미터,500미터, 1킬로가 힘들다 나머지 3킬로는 아주 홀가분하게 뛴다
다들 처음 뛰는 게 어렵고, 매일 뛰어도 처음 100미터가 어렵다